1920년대 이후 돈화문로 일대 도시한옥주거지의 형성과정과 특성- 봉익동, 권농동, 익선동, 낙원동을 중심으로

건축역사연구, 2022, Vol.31 No.1 , pp.61-76.

설명 discription

돈화문로 일대는 1920년대 민간 개발업자에 의해 조성된 도시한옥주거지가 분포하는 지역으로, 서울 도심의 초기 도시한옥주거지의 개발양상과 민간 개발업자들의 활동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본 논문은 봉익동, 권농동, 익선동, 낙원동 일대 도시한옥주거지를 대상으로 주거지의 형성과정과 특성을 살펴보았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봉익동, 권농동, 익선동, 낙원동 지역에는 1920년대 도심 내 중형필지에 대한 개발이 시도된 가구(街區)가 다수 분포하고 있다. 지적자료 분석, 소유주 파악, 소유권 이전 등을 통해 당시 건양사(정세권), 신태종, 윤흥림, 이윤진, 김여백 등 여러 민간 건축업자들의 활동이 확인되었다. 이들은 중형필지를 매입한 뒤 분할하여 주택을 건설하여 분양하는 방식으로 도시한옥을 공급하였다. 이 같은 한옥주거지의 개발방식은 1930년대 이후 중대형필지 개발의 선례로서 의미를 갖는다. 돈화문로 일대는 주로 200평에서 800평 내외의 중형필지에 대한 개발이 이뤄졌으며 개별 필지는 약 60∼100㎡(약 18평∼30평)규모로 분할되었다.
둘째, 돈화문로 일대 중형 필지의 가구(街區) 분할과정에서 조성된 도로의 지목은 공도(公道), 사도(私道), 대지 내 공지(空地)로 구분된다. 1920년대 봉익동, 권농동, 익선동, 낙원동 지역에서 새롭게 개발된 도시한옥주거지에서 가구(街區) 내 도로의 조성은 먼저 대지로 분할한 뒤 사용하다가 이후 도로로 지목을 변경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도로의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는 사도(私道)로 남게 된다. 개인 또는 개발자에게 공공의 인프라 조성을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도로의 조성방식은 1930년대 이후 도심부의 중대형필지 개발과 194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지의 가구(街區) 내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민간개발업자들이 주거지를 개발할 때 개별 필지의 진입도로를 공도(公道)가 아니 사도(私道) 또는 대지 내 공지(空地)로 계획하여 분양하는 방식은 1920년대 돈화문로 일대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도된 도로구획방식으로 생각된다. 대지 내 진입도로를 사도(私道)로 계획하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시가지건축취체규칙’에 따라 건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4尺(1.2m) 이상의 도로에 면해야 했기 때문에 분양면적에서 제외되는 공도(公道)를 별도로 계획할 필요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로 인해 도시한옥주거지 내 도로의 폭이(1.5m∼2m)로 일정하게 형성되는 원인이 되었다.
셋째, 돈화문로 일대의 도시한옥주거지에서는 일반적으로 도시한옥 주거지에서 나타나는 남북방향의 뚫린 ‘ㅡ’ 자형 도로나 ‘T’자형의 막힌 골목 이외에도 루프형(순환형) 도로가 발견된다. 루프형 도로는 필지의 내부를 순환할 수 있도록 만든 도로체계로 기존의 뚫린 도로나 막힌 골목형태의 도로와 구별된다. 이는 특히 정세권(건양사)이 개발한 가구(街區)에서 나타나는데 이러한 루프형 도로체계는 부정형의 중형필지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남북방향의 이열필지를 조성하면서 시도된 것으로 생각된다. 루프형태의 도로체계는 단계별로 조성된 주거지 내에서도 발견되지만 한
꺼번에 분할되어 개발된 주거지에 적용된 사례는 드물다. 이 같은 루프형 도로체계의 계획 사례가 봉익동 38
번지와 봉익동 11번지에서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루프형 도로체계를 적용한 필지분할 방식이 1920년대 돈화
문로 일대에서 시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북방향의 이열필지로 분할된 가구(街區)는 도시한옥주거지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형태로 이는 마당과 대청의 향, 진입방향을 전통적으로 선호되는 동쪽 또는 남쪽에 조성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루프형 도로체계로 인해 가구 내 대다수의 필지는 남북방향의 ‘ㅡ’ 자형 뚫린 도로와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넷째, 1920년대 민간 개발업자들은 분양을 목적으로 다양한 평형대와 한옥유형(단독한옥과 연립한옥, 한옥상가 등)을 시도하였다. 이 중 봉익동 12번지에 조성된 연립한옥은 고밀도 주택개발의 사례로서 연립한옥의 초기형태로 판단된다. 서울의 도시한옥주거지에서 연립한옥은 도심의 내외부 지역에서 확인된다. 연립한옥는 중소규모의 필지에 지붕을 연결하여 고밀도의 주택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개발업자는 먼저 연립한옥을 건축한 후 필지를 일괄적으로 분할하지만 봉익동의 연립한옥은 필지가 먼저 분할된 뒤 연립한옥이 건립되었다. 필지의 모양이 마당부분에서 지붕선을 따라 볼록하게 요철되는 특이한 형태는 취하고 있다. 이는 도시한옥주거지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연립한옥의 건립과 분양을 염두에 두고 필지를 분할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봉익동 12번지의 연립한옥은 필지의 모양이
연립한옥의 형태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붕선을 따라 대지경계선이 지정됨에 따라 북쪽에 인접한 마당의 위치와 크기, 문간채와 안채의 배치가 필지 분할 당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봉익동 12번지 연립한옥은 다른 지역의 연립한옥과 비교했을 때 건립시기가 앞선 것으로 파악되어 연립한옥의 초기 형태로 추정된다.
돈화문로 일대 봉익동, 권농동, 익선동, 낙원동의 도시한옥주거지는 당시 민간 건설업자들에 의해 도심 내 중형 필지가 개발되기 시작한 지역으로 1930년대 이후의 한옥주거지 개발의 전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