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문화사, 2018.
책은 국가의 이름으로 도시 공간을 상상하고(1부) 정의하며(2부) 생산하는(3부) 일련의 과정을 3부로 구성하였다.
첫 번째 주제는 아시아 도시의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이다. 1부를 통하여 5·16 쿠데타 이후 1960년대 초, 군부 정권이 어떻게 경복궁을 발전국가 산업화를 위한 장소로 상상하고 재현하였는가를 다루었다. 관료들과 건축전문가들로 구성된 중간 조직은 역사적 장소를 설정, 선택, 분류, 생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경복궁과 같은 사적지 주변의 도시건설은 특히 서울시와 문화재관리국이 가장 대립하던 장소였다.
그리고 각 기관 간의 대립과 갈등은 도시 개발과 문화재 보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의 기묘한 공존에서부터 만들어졌다. 두 번째 주제로 1960년대 건축계의 ‘탈 전통과 전통 계승’ 논쟁을 다룬다. 2부를 통해 테크노크라트 건축조직이 국가 정체성 논의의 맥락에서 전통을 어떻게 선택하고 정의하였으며 폐기하였는지를 다루고자 하였다. 경복궁 안과 밖의 광화문과 국립종합박물관프로젝트는 ‘상상의 공동체를 이룩하고자 하는 발전국가의 프로젝트’이면서 국가 주도적인 ‘역사적 전유’에 대한 일정한 동조와 갈등, 저항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생산하였다.
세 번째 주제는 콘크리트 국가 문화유산 생산의 문제를 네이션 빌딩을 위한 근대 기술과 민족주의의 결합 문제로 보는 관점을 제공한다. 원조시대와는 다른 국가 주도의 산업화 과정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은 기계가 아닌 인간의 노동을 이용하여 만든 수공예 콘크리트 기술과 그 실험이었다. 3부는 국가와 국가너머의 지역성을 위해 역사주의 설계가 국가 지역을 통해 재현되고 변용되는 양상을 살펴봄으로서 탈 식민주의와 근대성 사이의 혼란스런 관계를 드러낸다. 이 시기 국가 건축가들의 건축 지식 생산은 일제 시기 관변 학자들이 행한 작업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충돌하였다. 왜냐하면 그 유기적 관계 안에서 문화유산 조사와 건축사론을 재 서술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