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도시 그리고 삶

웹진 arte365, 2024.09.23.

설명 discription

‘집’은 형태가 아니라 공감


한옥 적응기』는 ‘한옥’이 아니라 ‘적응(adaptation)’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적응은 “적절하고 유익하게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 외부 세계의 현실에 적당히 맞추는 활동과 환경을 바꾸거나 더 적절하게 통제하기 위한 활동을 포함한다. 또한 개인과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함께 어울림(adaptedness)’의 상태를 의미”(『한옥 적응기』)한다. 왜 ‘한옥’을 주제로 하면서 ‘적응’에 방점을 찍었을까?


‘한옥’은 기이한 말이고, 고정불변의 법칙처럼 틀을 짓는 용어다. 한옥은 양옥과 구분하기 위해 1908년에 만들어진 용어이고, 1960년대부터 정부와 언론을 중심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한옥’의 ‘한’은 새로운 것과 구분하기 위한 접두사다. 하지만 보통은 ‘파’가 있고, ‘양파’가 있고, ‘배추’가 있고, ‘양배추’가 있듯이 새로운 것에 접두사를 붙인다. 따라서 ‘옥(집)’이 있고 ‘양옥(일옥)’이 있어야 하지만 ‘한옥’이 된 것이다. 현재는 오히려 ‘양옥’이 ‘양’을 뺀 채 일반적인 ‘집’이 되고, ‘한옥’이 특수한 것으로 구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파트가 보편적 주거유형이 되고, 한옥이 박제화되어 보존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말 ‘집’은 한자 ‘葺(기울 즙)’에서 연원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초가집은 ‘초즙(草葺)’, 기와집은 ‘와즙(瓦葺)’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한자 ‘즙’은 ‘귀에 대고 말하는 형상’의 ‘소곤거릴 집(咠)’ 위에 ‘초두머리(艹)’를 얹은 글자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초가를 잇는 행위를 나타내는 글자라고 할 수 있다. 외부와의 관계와 문화적 공감대, 함께 만들어가고 나누는 과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집’이 물리적 환경으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물리적 환경은 이런 인간의 집단적 행위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집은 “살아온 사람들의 치열한 삶과 문화가 축적된 역사의 한 단면이고, 더 나은 공간이 되기 위한 발판”(『한옥 적응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옥 적응기』에는 집과 도시에 대한 지나간 옛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담겨 있다.


짓기와 거주하기』 『한옥적응기』 두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집과 도시’의 주인으로 서기를 요구하고 있다. 두 책이 ‘짓기와 거주하기’라는 행위 자체와 ‘적응’이라는 변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다. 두 책은 모든 인간을 집과 도시를 만드는 주체로서 다루는 ‘집과 도시’의 역사이고, 현재 ‘집과 도시’의 문제에서 인간성을 중심에 둔 근원적 고민과 대안을 제시한다.

 

(본문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