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경기문화저널, 2023.08.
"살롱(문화)의 핵심은 공적 논쟁과 토론이라는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유공간이라는 점이다. 한국 그리고 춘천에서 살롱문화를 지원한다는 것은 한국 도시에 공적 논쟁·토론이 가능한 공유공간이 부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에 살롱문화와 같은 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한반도에는 ‘계(契)’라는 기원이 불확실할 정도로 오래된 보편적 문화가 존재해 왔다. ‘계(契)’는 상호부조와 공동이익 등을 목적으로 정치·경제·복지·종교·교육·오락 등 다양한 범주와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춘천과 같이 카페 중심의 친목과 오락을 목적으로 하는 계도 존재했다. 대표적으로는 시와 문장을 지어 서로 나누는 시계(詩契) 등이 있었다. 하지만 계는 살롱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자체나 전체가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 존재하는 특정한 이해나 여러 가지 이해를 공동으로 추구하기 위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살롱은 공유공간, 계는 공유활동에 중심을 두고 있는 차이가 있고, 살롱과 계는 마을이나 도시적 차원의 공동체라기보다 이익집단이나 기능집단에 가까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춘천에서 말하는 ‘도시가 살롱’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춘천문화재단에서 발간한 『도시가 살롱: 내 취향의 이웃을 만나는 작은 공간』(달아실 2023)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잘 나타나듯 살롱이 ‘취향 집단의 교류 공간’일 수는 있지만, 이것이 곧 ‘도시 전체의 교류 공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가 살롱’이 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공공기관의 지원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체적인 공유공간의 확보와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각각의 살롱의 연대와 이를 통한 공적영역에의 개입과 참여이다. 즉 시민들 스스로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도시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자리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썸네일 출처: 2050 브리스톨 저탄소 도시 프로젝트(www.futurebristol.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