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문화로 본 건축계 20대 이슈 「가회동11번지 주거계획」 특집. 역사도시의 보존과 재생 : 북촌 한옥마을

건축문화, 1991년 07월, 통권 122호, pp.146-148.

설명 discription

“우리는 왜 가회동11번지 주거계획을 제안하였는가”라는 앞글과 여섯 건축가의 계획안이 게재되었다. 그리고 여러 건축가와 건축학자, 도시학자와 행정가의 진단과 작품비평이 게재되었다. 「가회동11번지 주거계획」은 북촌의 한옥보존지구 해제에 즈음하여 건축가 여섯 사람이 중앙고등학교 정문에 인접한 한옥주거지 11채를 철거하고, 대지를 합필하여 소위 빌라형식의 도시집합주택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였다. 각 건축가들은 각자 모두 19세대의 집합주택를 제안하였다. 가회동 동사무소에서 전시회가 있었고, 재동초등학교 강당에서 계획안 설명회가 있었다. 그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주제에 대하여 건축가들이 공공적인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는 점, 그리고 역사와 도시의 연장선상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안하고있다는 점에서 당시 건축계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계획안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건축가들의 철학과 열정, 그리고 계획안에 대해서는 무심했다. 오직 낡은 한옥을 부수고 새 양옥을 지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개발이익에 대해서 관심을 나타냈다. 골목길, 마당, 기억, 공동체와 같은 단어들은 주민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셋집을 놓을 수 있는지, 시에서 공동주차장을 마련해 줄 계획이 있는지, 공사비 융자나 보조가 얼마나 가능한지, 주민들의 관심과 질문은 그러한 사항에 집중되었다. 그러다가 설명회가 끝날 무렵 당시 종로구 국회의원이 단상에 올라왔다. 한옥보존지구의 해제가 ‘주민투쟁의 성과’이고 ‘자신의 정치적 업적’임을 선전하고, 열성지지자들의 구호에 둘려 싸여 단상을 내려갔다. 북촌 한옥은 아직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사회적이며 경제적이며 정치적인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