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흥인지문 일대의 지형과 성곽의 축조형식에 관해 고찰하였다. 한양도성은 14세기 말 축성 이후 19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수축 및 개축공사를 실시해 왔다. 흥인지문 일대는 습지, 평지, 구릉지 등 다양한 지형변화가 있는 구간으로 한양도성의 전반적인 축조형식을 파악할 수 있다. 흥인지문 일대는 19세기 고종대 마지막 개축공사가 시행되었고 20세기 초 훼철되어 현재에 이른다. 따라서 한양도성이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마지막 모습은 19세기 흥인지문 중건과 옹성의 개축 직후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흥인지문 일대의 지형변화와 현재는 멸실되어 사라진 성벽의 형태 및 축조형식, 옹성의 변화 등을 문헌, 사진자료, 현장조사를 통해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본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 살펴본 흥인지문 일대는 낙산의 초입부터 오간수문에 이르는 구간이다. 이 구간의 지형은 청계천 주변의 낮은 습지, 왕산로 주변의 평지, 낙산의 구릉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19세기에 이르러 흥인지문 일대의 지형은 2차례 변화가 발생한다.
①1863년 고종은 흥인지문을 중건하면서 홍예문을 본래의 지면으로부터 8척(약 2.5m) 높여 쌓았는데 이때 주변 지형도 함께 높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는 지반공사와 육축공사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지반은 약 1.81m 높이고 육축은 약 0.69m 높여 쌓아 전체 8척(2.5m)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②1899년 전차가 개설되면서 성곽주변의 지형이 변하였다. 20세기 초반의 흥인지문 일대는 해발 20∼21m이다. 현재의 수치지형도에 나타나는 지형 높이도 20.3∼21m로 차이가 크지 않다. 2001년과 2006년 실시한 조사를 토대로 지반의 높이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시굴조사로 태조대와 고종대의 박석층과 전차로 인한 옹성 개구부가 확장된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현재의 흥인지문 홍예문 바닥높이 20.37m를 기준으로 했을 때 태조대의 지반 높이는 해발 16.89m, 고종대는 18.71m, 전차선로의 바닥은 19.31m로 추정된다. 오간수문의 바닥 상부 박석의 높이가 14.5m이므로 19세기 고종대 흥인지문 일대의 지형은 18.71m에서 14.5m 사이였음을 알 수 있다.
둘째, 흥인지문 일대의 성곽에서 4가지 축조형식이 확인된다. 흥인지문 일대 성곽은 ① 편축성벽, ② 협축성벽, ③ 편축성벽의 내탁부에 경계석을 설치한 성벽 ④ 수문, 치성, 옹성 등의 성곽시설로 구분된다. 성벽축성은 지형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낙산구간은 구릉지로 편축으로 축성되었으며 이는 한양도성 전반에 나타나는 축조형식이다. 흥인지문과 낙산 초입사이의 26m 성벽은 한양도성 전체 중 유일하게 완전한 협축성벽으로 축성된 구간이다. 그리고 흥인지문 남측에서 청계천에 이르는 구간은 내탁부 끝에 경계석 기단 쌓아 면석과 경계석 사이를 경사처리하는 방식으로 축성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수문상친림관역도(1760), 창선방도(1908), 근대사진 등을 근거로 추정할 수 있다. 흥인지문 남쪽의 내탁부 조성방식은 주로 성곽의 내측과 외측의 높이차가 크지 않은 지형에서 사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평지에서의 축조형식은 면석의 뒤를 할석을 이용하여 계단식으로 뒤채움한 뒤 흙으로 덮어 경사 처리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동대문운동장 발굴 당시 발견된 축조형식이다. 수문(오간수문)과 치성, 옹성, 성문의 육축은 협축성벽의 축성방식과 유사한 방식이 적용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흥인지문 육축과 옹성의 개축공사는 흥인지문과 인접한 성벽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1869년 흥인지문이 중건되었는데 이때 육축과 지반을 높여 쌓고 1873년 옹성에 대한 보강공사를 실시하였다. 옹성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주변 성곽과의 높이차가 발생하자 성벽과 옹성을 모두 높여 쌓는 대신 성벽 일부만 공사하여 경사지게 연결하였다. 이는 당시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넷째, 1899년 전차 노선이 개설되면서 흥인지문의 옹성 개구부가 약 3m 확장되었는데. 이는 실측 및 발굴보고서를 통해 확인되었다. 옹성 개구부의 확장은 한양도성의 마지막 개축공사로 볼 수 있다. 전차는 1911년 흥인지문 북측의 성벽이 철거되기 이전까지 성문과 옹성의 개구부를 통해 운행하였다.
본 연구는 흥인지문 일대의 성곽을 고증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양도성 원형의 도상을 추정할 수 있었다. 향후 한양도성의 완전성을 입증하는데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