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역사학회 논문집, 통권 44호 제 14권 4호, 2005. 12
현재 북촌 도시한옥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더불어 한옥 주거지의 재생 및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촌지역의 한옥들에서 나타나는 구법들에 대한 좀 더 세밀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 논문은 북촌 한옥지붕가구의 결구방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북촌한옥들은 유형적 특성 및 필지, 길과의 관계로 인해 꺾임형태의 지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전체 한옥의 97%). 이것은 필연적으로 모서리 부분에서 지붕틀의 구조에 따라 다양한 결구방식들을 요구하게 된다. 북촌한옥은 전통한옥과 달리 평면의 비례체계로 지붕가구가 결정되지 않는다. 평면의 폭이 필지의 형태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결정되기 때문에 지붕가구에서 다양한 변형이 발생한다.
둘째, 북촌의 한옥 필지 중 약 64%가 50평 미만의 필지이다. 그 중 대다수가 30~40평 이내의 필지이다. 이처럼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채는 거의 대부분 3량과 5량으로 구성된다. 이것은 위계와 관련이 있다. 안방과 대청이 위치하는 채는 기둥 사이의 너비 및 칸의 규모와 상관없이 5량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나머지 위계가 낮은 채는 삼량으로 되어 있다. 지붕가구가 평면의 위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지붕틀(3량과 5량)이 지붕이 꺾이는 모서리에서 만나게 된다. 이는 지붕가구의 결구방식에서 다양한 변형의 사례들이 나타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셋째, 북촌 한옥들에서의 지붕 물매는 전통한옥에서의 물매보다 경사가 완만하다. 입면(처마끝선을 기준으로 한 하부)과 지붕의 비례를 살펴보면 보통 1:0.6 미만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지붕이 완만하게 된 것은 처마길이가 짧아지는 대신 차양(함석)이 사용되고 마당을 중심으로 한 내부에 의장 효과를 위한 겹처마가 시공되었기 때문이다. 완만한 지붕에서 부연의 사용은 지붕을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만드는 단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지붕의 물매는 모서리에서 지붕가구의 변형을 일으키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한다.
지붕틀의 차이(삼량과 오량)에도 불구하고 대청 쪽과 부엌 쪽의 폭이 같거나 차이가 심하지 않은 경우 모서리에서 추녀선이 45도를 이루지 못해 각각의 서까래(장연)의 길이와 물매가 달라진다. 이 때 추녀를 중심으로 양쪽 서까래의 물매를 맞추기 위해 추녀의 위치 및 기울기가 결정되는데 추녀가 걸리는 위치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추녀를 얹기 위해 충량과 우미량이 동시에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넷째, 위의 경향들은 채의 폭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촌한옥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평면이 필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북촌한옥에서 필지의 형태 및 규모는 도시한옥의 유형적 특성과 더불어 주택의 평면을 결정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필지의 형태에 따라 집의 기둥 사이 너비가 결정되기도 하고 미세하게 조정된다. 이때 지붕가구는 전통한옥에서처럼 평면과 동시에 고려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기둥의 이동이 필지의 형태와 규모에 의해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지붕가구는 평면의 비례(변작법과 지붕물매와의 관계 등)에 따라 결정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전통한옥에서처럼 지붕과 평면이 동시에 결정되던 방식으로부터 지붕이 평면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시공도 별도의 과정으로 분리되어 진행하게 된다. 평면이 결정된 뒤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지붕이 결정되다 보니 지붕에서의 결구방식에서도 다양한 변형의 사례들이 발견된다.
이것은 주택의 집단적 건설과도 밀접한 관련(필지의 공급과 대량생산)을 가지며, 주택에서의 장식적 경향(겹처마와 홑처마의 사용, 과장된 함석 챙의 사용)과 함께 북촌한옥 지붕가구의 특징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