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농민, 잃어버린 20년과 앞으로의 20년

7호(시골문화사)

설명 discription

『서평』 장인-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리차드 세넷 지음)

세넷은 농민과 같은 장인의 ‘행동의 가치’를 근간으로 사회 전반의 문제를 되짚어보려고 한다. 서구사회는 ‘생각하는 인간’과 ‘행동하는 인간’을 분리하고, 인간의 이성을 우위에 둔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사고가 인간과 인간성을 파괴했다고 세넷은 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생각하는 인간’은 ‘학벌’의 문제가 말해주듯 ‘행동하는 인간’의 우위에 있다. ‘학벌’은 한국사회에서 무조건적・무비판적으로 우위를 차지한다. 최근 심각하게 다뤄지는 사회문제인 주택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의 주택정책은, 집에 살면서 그 집을 가꿔갈 ‘사용자’, 집이 자리한 마을을 이루는 ‘공동체’, 집짓는 장인인 ‘목수’가 아니라 서울대를 위시한 소수 일류대 출신 관료와 전문가에 의해 정책이 좌우된다. 세넷은 “현대 사회에는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훌륭한 일을 할 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선입견으로 자리 잡고 있다(435쪽)”고 말하면서 ‘학벌’로 구성된 ‘엘리트주의’를 강화하고 엘리트 이외의 사람들을 ‘패배주의’에 빠트리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이 지적은 “기계와 싸우는 일보다 기계를 다루는 일에서 인간 해방의 근본적인 숙제를 찾자는 시각(194쪽)”이라는 근본적 문제제기다.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 서서 분업화된 작업을 하는 노동자는 각자의 작업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기계와의 싸움을 통해 얻는 것은 작업자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뿐이다. 기계를 다루는 일은 전체 작업자의 소통이 전제되어야 하는 기계의 속도를 조정하며 작업환경 자체를 바꿔 갈 수 있다. 이는 ‘기계’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적 생산성, 합리성이라는 소수의 ‘생각하는 인간’이 만든 고정된 가치가 인간을 파편화해 인간을 노동 상품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넷은 해결방안을 그동안 배제된 ‘(기계를)다루는 일’로 대변되는 ‘행동하는 인간’으로서의 인간 자체와 변형과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변화에서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