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_ 도시와 문화정책(사단법인 한국문화정책연구소)
한국의 도시는 서구사회의 도시와는 차이가 있다. 서울로 보자면, 군사독재정권은 인구 500만 도시를 목표로 건설을 시작했고, 관주도로 산을 깍고, 개천을 덮어 도로를 건설하고, 아파트를 지었다. 기존의 주거지는 강제이주와 강제철거로 파괴되어 아파트가 되었다. 1980년대 인구는 1,000만 명을 돌파하고, 불과 60년도 안 되서 절반 이상의 주택이 아파트로 획일화되었다. 서울은 관주도 개발 일변도로 빠르게 만들어졌다. 수십 년간 관주도로 이루어진 도시정책은 시민들에게서 도시를 공공이 만들어주는 시혜적 대상으로 타자화시켰다. 도시정책은 노후되고, 낙후된 지역의 필요를 보완·개선하기 위한 ‘주거환경정비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차츰 ‘주거환경정비사업’은 ‘전면재개발’로 획일화 되었다. ‘도시재생’은 기존의 ‘주거환경정비사업’의 변형에 가깝다. ‘전면재개발’과 ‘도시재생’의 태생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둘 모두 관주도, 시설 중심의 사업으로 진행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재개발’과 ‘도시재생’은 현재 극단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 그 사이 시민의 역량이 아니라 관료화만 축적되었다.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운동’, 박근혜 정권의 ‘도시 취약지역 개조사업’, 문재인 정권의 ‘도시재생사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현재 도시재생은 ‘일자리거점 육성형’, ‘생활중심지 특화형’, ‘주거지 재생형’ 등의 중앙정부의 법정계획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내용과 규모, 예산 등이 정해져 있고 이에 따라 동일하게 전국으로 확산된다. 더불어 도시재생이 추구하는 가치는 분권과 협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안전한 정주환경, 공동체 회복, 사회통합 등을 내걸며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은 환상이 담겨있다. 이것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의 추구일지 모르지만, 특정한 가치를 배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지적을 보완한 정책이 ‘문화적 도시재생’이나 ‘문화도시’다. 그럼에도 이 정책들이 유효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중앙정부 주도의 기획과 몇몇 전문가의 기획에 근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도시가 동일한 답을 가질 수 없음에도 이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에 빠져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시민의 마음을 읽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면, (책임과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설사 현재 시행되는 정량적 평가기준으로는 실패라 하더라도 이것이 시민들에게는 ‘성공적인 도시재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