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3 서울건축읽기(서울문화재단)
증산동 신흥주택은 보통의 주택과 별반 다른 것 없이 보일 수 있지만, 1985년 건축법 개정으로 지어지기 시작한 (법적으로 단독주택에 속하는) 다가구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다가구는 대체로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지어져 개별 필지의 난개발로 이루어진다. 반면 신흥주택 단지는 블록을 구성하는 10m 도로가에는 양쪽으로 플라타너스 나무를 심고, 도로에 면해 담장을 만들고, 그 안쪽으로 나무를 심고 마당을 만들었다. 다가구는 대체로 법이 허용한 최대치인 3층(지하층 제외)으로 개발하고, 방공호로 만들어진 지하층까지 주거공간으로 변용했다. 신흥주택은 박공지붕으로 된 2.5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가구는 옆집이나 도로와 간격이 거의 없고, 외벽에 매달린 외부 계단을 통해 각층과 옥상까지 기능적으로만 연결한다. 신흥주택은 지하층이 없고, 1층과 2층은 대문을 지나 공유된 마당에서 각각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독립적 구조를 띤다.
증산동 신흥주택의 특징은 무엇보다 담장과 난간의 장식에 함축되어 있다.
집집마다 다양한 장식으로 자신들의 집을 표현하고, 외부와 면하는 담장과 대문 등을 정성 들여 장식한다. 이에 비해 아파트나 다세대 등의 최근 주택들에서 외부 공간은 주택의 영역으로 인지되지 않기에 도시와의 접점은 버려진 곳에 가깝다. 이는 빠르고, 크게, 많이 짓는 것에만 맞춰져 대량으로 건설되고, 내부 공간만을 지향하는 폐쇄성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 공간의 장식은 단순히 미학적 가치가 아니라 함께 사는 마을과 도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지표다. 하지만 이런 가치도 평가받지 못한 채 하나둘 장식이 부서져나가고, 신흥주택은 다세대·다가구로 아파트로 빠르게 개발되며, 이젠 파괴의 지표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