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_도시와 문화정책(사단법인 한국문화정책연구소)
한국 건축의 가장 큰 낙인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건축’을 ‘건설이나 토건’으로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 건축의 역사가 만든 부정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발전국가 시기를 거치며 현재까지 불과 50-60년 만에 한국의 주택은 아파트(공동주택)로 획일화되었고, 이는 시민들의 필요가 아니라 국가가 주도한 공급 위주의 대규모 주택개발사업과 이에 순응한 건축이 만들어 낸 결과물로 한국의 건축은 국가가 주도해 왔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건축이 국가권력에 순응했건, 기생했건, 부역했건 간에 말이다. 그 시절 건축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산했는지를 묻고 밝힘으로 건축이 스스로 ‘발전국가 시기를 거쳐 현재에 이른 한국 건축의 명암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는 건축이 발전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 개발의 주체였던 건축이 현재의 문제에 대해 건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시민과 국가만의 탓으로 돌리며 상황을 회피하거나, 권력 유지를 위해 스스로 면죄부를 발급하는 것을 중단해 새로운 토대를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건축은 국가에 기대어 서야만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또한 형식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건축은 스스로의 권력 유지를 위해 국가와 결탁하고 있는지 모른다. 작동방식의 변화가 있겠지만, 현재의 권력유지를 위한 ‘개발국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 사이 건축은 사회의 필요와 괴리되어 수 십 년 전의 문제가 반복되고, 건축은 여기에서 도피해 스스로를 규방에 가두고 자폐적인 존재가 되었다. 건축 이론가 김광현은 4.3그룹 전시 도록에서 “훗날 한국의 건축가가 ‘규방의 건축’에서 벗어나 ‘현대 건축의 그 어떤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석”한 기점이라고 말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오히려 담론을 만들어 내는 주체와 장은 높은 장벽으로 이루어진 요새와 같이 폐쇄적으로 권력화 했다. 그리고 한국 건축은 이미 국가를 건설한 이성계와 정도전이 출전하기만을 기다려 왔다. 이제 ‘권력과 건축의 대차대조표’라는 새로운 토대 위에 한국 건축이 자율성을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